태어날 때부터 유길이는 약간 검은 피부에 노란빛이 도는 것 같다. 황달은 신생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지금 보니까 처음에는 노랗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출생 사흘째 모자 동시간에 내려온 나를 보고 간호사가 차트를 보여주며 말하는 것을 혈변으로 잠깐 보다가 저녁에 37도 후반까지 가서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아침에도 혈변을 조금 봤는데 아마 체온을 엉덩이로 체온계를 가리키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나온 피일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열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그 후 정상편이 있었고 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모자 동시간에 유길을 만나러 가면 항상 눈을 감고 있어서 눈을 잘 뜨지 못했다그래서 잠에서 깬 사진이 별로 없었어
퇴원 전날의 4일째인가, 간호사가 목욕을 해 깨워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을 보았는데, 흰자 부분이 노랗게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황달이 심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피부를 눌러보고 괜찮다고 했지만 일단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신생아실에 있으면서 육일은 유난히 잠이 많아 깨우고 수유한다, 잘 먹고 잘 잔다는 말을 듣고 모자기 시간에도 목놓아 울거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아기였다. 배가 고플 때는 울기보다는 입을 크게 벌리고 젖을 먹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냥 울고 배고픈 신호만 보내주면 될 텐데 소리 없이 입을 떡 벌리며 울고만 있으니 괜찮을까 잠시 생각한 것 같다.소리를 내도 엥엥엥 하는 느낌으로 작게 소리를 내는 정도. 동물들의 귀여운 목소리그래서 되게 얌전한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일이 되었는데 피검사에서 나온 황달 수치가 15.1로 나타났다.17 이상이면 치료를 해야 하지만 아직 경계이기 때문에 좀 더 추이를 보다가 3일 후에는 소아과에 가서 다시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소견을 주셨다. 퇴원하는 길에 산부인과 밑에 있는 소아과에도 갔지만 아기 옷을 다 벗기고 나서 이 정도면 14개쯤 망신을 당할 것이라며 심각한 일은 아니니 모유 수유도 정상적으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
다소 수치가 높았지만 괜찮다는 의사의 의견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조리원에 입소했다. 유길을 본 조리원 실장이 내가 보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누렇다며 지금 당장 소아과에 가라고 하는데 아침에 소견을 듣고 왔다고 하자 그림을 내일이라도 가보자고 말했다.전문의들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저녁 무렵 노란 증세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조리원 밑에 있는 소아과에 접수를 하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봐도 나쁠 건 없으니까요, 알겠어요라며 저녁을 먹고 나서 나왔다. 이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그렇게 수치를 보기 위해 피를 뽑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있었는데… 아기의 발뒤꿈치를 흔들면 손을 잡는 바늘 같은 것으로 찌르면서 튜브에 피를 한 방울씩 맞는데 피가 잘 안 나와 여러 번 찔러넣기를 반복하다가 두 튜브에 피를 모으는 것이었다.유길이는 웃음이 터지도록 울고 계속 찌르고…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나 마음이 찢어졌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간호사가 결과가 적힌 포스트잇을 보여주며 지나갈 때 나온 수치는 24.3여 분이나 너무 놀라 눈물로 눈앞을 가렸다. 실장님께서도 자신이 본 가장 높은 수치는 21정도 였다면서 매우 높다고 하셨다.망신을 본 의사도 깜짝 놀라 이 수치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며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 의사에게 전화해 전원을 청했고, 그 길로 유길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응급실을 통해 접수를 받고 입원 수속을 기다리면서 유길이 배가 고파 가져온 분유를 줬더니 80을 한 모금 마셨다. 트림도 잘하고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큰 환자 침대에 유길이를 눕힌 뒤 유길 혼자 신생아 중환자실로 보내야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혼자 지내야 했다.
입원 잘했다면서 보내온 첫 사진 마음이 무너졌어입원시켰더니 약이 올라서 눈물이 나왔다. 보호자는 잠시 병원 대합실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듣고 하염없이 연락을 기다렸다.얼마나 기다렸는지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안내받고 구두로 여러 사안에 동의했다.기저귀 물티슈 고무젖꼭지 등 대학병원과 연결된 의료기기 매장에 연락해 배달을 요청했다(엄청 비쌌다).갓 입원한 청색광 치료를 받고 있는 사진이 도착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피검사 결과도 내일 나온다며 혼자 택시를 타고 조리원에 복귀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리원에 들어가서 내가 할 수 있게 해줘야겠어. 라는 생각밖에… 괜찮았는데 괜찮지는 않았다 무심코 ‘신생아 황달’, ‘신생아 황달 집중치료실’, ‘핵 황달’ 등을 검색하여 자료를 조사하다가 우울에 빠졌다. 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아침에 유길에게서 pcr결과 음성이라는 메일을 받고 다시 눈물이 났다. 설마.. 아침마다 10시 유길이의 몸무게를 알려주는 메일이 온다.. 달, 목은 아기 사진을 보내 주었다.매일 낮 12~2시경에는 담당 의사가 전화를 걸어와 아이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유길이 입원해 매일 오후는 전화를 기다리는 연속이었다. 첫 번째 날 대학병원에서 잰 수치는 19 정도였고 둘째 날까지 청색광 치료를 하다가 15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3일째에는 청색광 치료를 중단하고 수치를 지켜보지만 이후 4, 5일째에는 수치가 14에서 거의 일정하게 유지돼 추가 치료 없이 퇴원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합계 5박 6일 입원해 퇴원했다.
조리원으로 혼자 있는 동안 아기가 보고 싶어졌다. 그냥 내 눈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괜찮았지만 밤이 되면 다운돼 아무 생산적인 일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별로 힘들어지기 전에 퇴원할 수 있었다.퇴원할 때 외래를 잡는 과정에서 갑상샘 자극 호르몬 수치에 대해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소견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다시 날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분명 어제 담당의사와 통화했을 때는 다른 수치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담당 의사가 들어야 듣는다고 해서 대기 중 황달과 갑상샘 호르몬에 대해 알아보니 황달 수치가 잘 내려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갑상샘 수치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중에 담당 의사의 말이 황달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아 갑상샘 호르몬 이상이 의심돼 검사를 해 봤고 정상치 5보다 약간 높은 수치가 나와 재검사를 해 본다는 설명을 들었다. 아직도 얼굴에서 배까지 노란 황달이 보인다. 손발만 정상적인 피부색을 보이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이상이 생기면 최소 3년은 약을 복용해야 하고… 떨어질 때까지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해야 하고… 이런 내용을 알고 나니 또 속이 상했다.지원이는 큰 병을 앓은 적이 없기 때문에 틀림없이 둘째도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이처럼 황달에서 갑상선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건강이 최고지 건강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감사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과정이야 어떻든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장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없다. 무엇을 하든 결국 건강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다른 큰 문제만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기도했다.
퇴원했지만 퇴원한 기색도 없이 조리원에 유길과 입소했다. 그저 얌전한 아기였으면 좋겠는데 잘 자고 잘 울지 않는 유길이의 모습이 왜 이렇게 안타까울까.아기는 목청껏 울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제 엄마의 영어 17년 보고서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저자는 육아를 하면서 엄마 특유의 영어를 하면서 너무 행복해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많은 엄마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나는 그냥 그 순간에 몰두해 JUST DO IT를 했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해 작은 성취 하나 하나에 행복을 느끼며 지냈다고 한다. 그것이 일이든, 육아든,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영어든 말이다.저자는 말했다. 우울해질 것인가 발전할 것인가 오늘이 자극적이어야 내일도 자극적이다.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해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류길 때문에 힘없이 책을 읽던 찰나여서 이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필요 이상으로 검색하면서 시간을 버리고 기운을 잃으면 안 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바보처럼 미리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자고 생각했다.
5일 뒤 다시 외래에 가서 채혈해 황달과 갑상샘 관련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활발한 배변 활동을 위해 베이지 마사지를 유길이가 해 줄 것, 유길이의 건성 피부를 관리해 줄 것, 모자기 시간에 최선을 다해 아기를 돌봐 줄 것, 그리고 남은 시간에 지원이와 유길이 엄마로서 아기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울하게 쌓여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거야. 정성을 들여보다.결과가 좋으면 정말 하늘에 감사하고, 만약 치료를 더 해야 할 상황이 와도 담담하게 치료를 받고 갈 것이다.완치되고 후유증이 없다면, 고맙게 치료를 받고 그 이상의 상황은 나중에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부디, 부디, 아이들을 건강하게 해 주세요.
6일 만에 조리원으로 돌아온 유길. 그동안 점점 잘생겨졌다♡
배까지 내려온 황달이 제발 더 심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건조해져 하얗게 탄 피부에 로션을 온 몸에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