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로스쿨 내 교수 살인사건의 범인지명이 매번 이동한다. 이게 가능하구나. 김명민에서 김범으로, 그리고 강솔B로 향하게 한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대상은 진짜 범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범죄 시나리오와 장면, 그리고 범죄 동기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 매회 지목되는 대상은 범죄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딱 맞는 혐의로 시청자를 잡아둔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꼭 이번에는 진짜 범인인가. 하고 싶은 새로운 대상을 부각시켜 반전을 만든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로스쿨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싶었다. 로스쿨 작가는 서인 작가다. 전작으로는 SBS 이 판사판이 있다. 이 판사판도 법정 드라마였지만 주로 법정 드라마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드라마 이 판사판에서 소설 ‘미스 함무라비’의 대사를 그대로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흠…
이번 드라마 로스쿨에서도 인기 미드 ‘범죄의 재구성’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기본 설정과 캐릭터 대립 구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범죄의 재구성’을 리메이크한 게 로스쿨인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음… 그 정도면 차라리 리메이크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명제는 사실이 아닌가. 모방과 창조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크리에이터에게는 괴로운 일일 것이다. 사실 이런 표절 논란이 나오면 감동에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토록 칭찬하던 동백꽃 필 무렵도 일도에서 왔다는 소문을 듣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사실 직원들만 아는데 서둘러.
과연 김명민은 김명민이다. 베트벤 바이러스, 하얀 거탑 속 캐릭터가 아직 살아 있었다. 김명민을 보면 영화 ‘위플래시’ 속 제이케이 시몬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위해서는 자신에게도 서디스틱할 정도로 냉정하다. 드라마에서 김명민이 눈을 부릅뜨고 강렬한 딕션으로 대사를 쏟아내면 보는 내 눈에도 힘이 들어간다. 자석 같은 몰입감을 주는 배우다.
자신의 살인자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범죄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의연하게 다음 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수업 재료로 사용한다. 자신이 피의자가 되는 상황에서도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하게 객관화한다. 가치관이 뚜렷하다. 이래저래 이익집단에, 정치권의 콜에 흔들리는 검사가 아니라 기둥이 있다.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은 검사 출신 형법 교수로 양크라테스라 불리며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본인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결국 체득시킨다. 실제 사건을 대충 훑어보고 ‘이 사건의 쟁점은?’이라는 질문으로 학생들의 숨통을 조인다. 아마 로스쿨의 유행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양정훈 교수(김명민 분)의 수업에서 가장 쫄깃한 학생은 강솔A(류혜영 분)다. 흙수저 출신으로 방통대를 나와 차상위계층 특별전형으로 한국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다. 입학한 로스쿨은 금수저로 모두 똑똑하다. 그러나 인간미 없는 수재들뿐이다. 여기에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강솔A다. 차가운 법보다는 마음이 앞서가는 뜨거운 스타일이다. 그런 강솔A의 열정을 양정훈이 알아보고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낼 전개가 예상된다.
서병주(안내상) 교수의 죽음이 사건의 발단이다. 드라마 시작에 죽었기 때문에 안내상이 특별출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사후에도 계속 사건 재구성으로 돌아와 매번 등장하고 있다.(웃음) 검사장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다. 한국대학 로스쿨 겸임교수가 되자마자 죽는다. 강직한 검사장의 이미지 뒤에는 추악한 과거가 있다. 땅을 뇌물로 받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자신이 뺑소니 사건을 저지르고, 그 사건을 빌미로 성희롱 범죄자를 심신미약으로 기껏해야 징역 11년을 선고하게 한다. 양정훈은 그래서 서병주를 싫어하고 그래서 살인 동기로 의심받는다.
서병주에게 실망한 것은 양정훈만이 아니다. 조카 한준휘(김범 분)다. 삼촌 손에 자라 삼촌 서병주를 존경했던 준휘다. 서병주가 덮은 잘못에 상처받아 자수하라고 촉구한다. 삼촌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해 로스쿨 1학년 탑에 입학했다. 빅픽처를 그리는 능력은 양정훈을 닮았다. 한마디로 리틀 양정훈이다. 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는 양정훈을 풀기 위해 혐의를 자신에게 돌린다. 그런데 김범이 이렇게 멋있는 줄 나는 정말 몰랐어.
구치소에서 맞은 양정훈을 돕기 위해 삼촌이 봐준 성폭력범 이만호를 자극한다. 오히려 피가 부족한 양정훈에게 피를 주지 말라고 한다. 이에 이만호는 고집으로 양정훈에게 수혈을 하게 되고 살린다. 이 장면에서 기립박수를 쳤다는 것…캐…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양정훈만큼 소름 돋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의심을 모아 서병주의 재검사를 진행한다.
재검찰청에서 양종훈은 풀려나 자신을 구속한 출세지향 정치검사 진형우(박혁권)를 고소해 한방 먹인다.
양정훈 피의자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 노트북을 훔친 로스쿨 부원장 강주만은 사법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 법대 교수다. 아이의 성공에 미쳐 있는 강솔B 엄마와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같다. 훔친 노트북을 보던 강주만 교수가 양 교수에게 들키기도 했다.
이로써 5회에서는 강솔B에게 의심받는 상황이 펼쳐진다. 의심이 수건 돌리기 게임을 하는 양상이다. 또 이 다윗 고윤정. 현우 등 등장하는 배우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차례 의심을 이동시킬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된다. 시청자들이 빠져나갈 틈도 없이 소몰이를 당하는 기분이랄까. 여기서 의외인 건 4회까지 나온 배우 이정은의 김은숙 교수의 역할이 상당히 무난하다는 것. 음… 뭔가 색깔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휘어져 초근접 촬영을 하는 카메라 앵글을 보면 진짜 미드를 보는 느낌이 든다. 깔리는 음악도 영화 ‘트와일라잇’처럼 세련된 다크함이 있다. 로스쿨 OST로 이승윤의 ‘Weare’도 귀에 들어온다. 드라마랑 딱 맞는 느낌이랄까? 싱어게인 이후 첫 작품으로 로스쿨 ost 참가라니 대단하다. jtbc가 잘 눌러주는 것 같네요.
어쨌든 매 장면마다 불을 지르고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는 매우 탄탄한 흐름의 드라마 ‘로스쿨’이다. 드라마 추천!